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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 지역문화 살리기의 현장 – 특집인터뷰 01

김정헌(회화 65) 1946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을 졸업했고, 30년 동안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일했다. 민족미술협의회 대표, 문화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1980년대 대표적인 미술운동가 중 한 명으로서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예마네)’ 대표로 활동하면서 예술인과 마을이 함께하는 ‘마을 공화국’을 실현하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공성의 의미와 공공미술은 무엇입니까?공공이라는 말은 서로 이익이 되는 것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미술은 미술을 함께 나누는 것이죠. 보통 미술이라고 하면 아틀리에나 스튜디오에서 혼자 작업하고 그것을 갤러리를 통해 기획해서 주로 실내에서 전시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이것은 ‘공유’라기 보다는 ‘유통’이에요. 공공미술은 그런 것과는 맥락이 다릅니다. 특정한 전시장이 아닌 열려있는 공간에서 그 곳을 많은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런 개념의 미술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술사 책을 보면 최초의 미술로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나오는데 그것은 공공미술 1호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냥감을 그리고 함께 보면서 그것을 소유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렇게 공공공간에서 이미지를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 공공성의 핵심인 ‘공유’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미술활동이 제가 생각하는 공공미술입니다.

● 활동을 해오시면서 겪으신 공공미술이란 어떠했습니까?먼저 공공미술 개념이 제도로 들어오게 된 것부터 말하고 싶네요.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건축비용의 0.7%의 금액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규정한 ‘퍼센트 법(건축물 미술장식품제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도라는 것은 항상 강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 작품을 ‘나눈다’는 목적보다는 건축물을 장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작품을 대하다 보니 건물주와 작가 사이에 부작용이 생겨나게 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작품의 질적 하락이나 형식화, 진부화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했고, 결국 공공미술이 관례적이고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공공미술,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죠. 낙산이나 명륜동 산비탈, 통영의 동피랑마을이 좋은 예시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없던 곳에 미술이 들어가니까 마을에 훨씬 생기가 돌지만 여기에서 또 문제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기보다는 전문가(작가)들이 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자신들의 생각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미술이 주민들의 삶과 밀착될 수가 없는 거에요. 이 문제는 작품의 유지, 관리의 문제와 연결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지역 공동체의 삶과 밀착된 미술이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예술가들이 그들과 깊은 대화로 소통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 변화의 흐름이고 그런 관점으로 저희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의 활동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 마을 만들기, 지역 살리기 관점의 공공미술은 꼭 미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 복잡한 프로젝트 안에서 미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나는 예술이 ‘사회적 영매’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는 무당 같은 것입니다. 무당이 접신하게 되면 보는 것, 들리는 것이 모두 달라지지요. 신, 무당,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 연결됩니다. 내가 우리 활동에서 생각하는 미술의 역할은 이런 것입니다. 예술이 마을에 연결이 되면, 즉 사람들이 예술에 감응되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고 변화가 퍼져나갑니다. 예술은 헐벗은 지역에 찾아가서 그 사람들이 사는 것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을이 잘 되면 국가가 잘 되는 것과 연결됩니다. 사회가 잘 순환하게 되는 것이죠. 공동체의 기본단위인 마을부터, 즉 아래로부터 살아나도록 할 때 예술은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술에는 조형과 표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생각이 함께 있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마을의 미술교실에 대한 예를 들어보죠. 미술로 주민들을 모아 스스로 예술활동을 하게 하고, 예술가가 된 자신을 보며 기뻐하고, 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됩니다. 이 애정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애정으로도 확장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하신 작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해주십시오.1985년도에 공주교도소에 벽화를 그린적이 있습니다. 내가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80년도에 갔는데, 그때 공주교도소의 한 여자 장기수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면서 교도소를 왔다갔다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교도소장이 환경미화를 위해 교수들과 학생들의 작품을 좀 줬으면 하는 거예요. 나는 그때 소위 커뮤니티뮤럴(community mural)이라고 하는, 지역공동체 벽화를 공부하고 있었죠. 우리가 ‘현실과 발언’ 동인활동을 할 때 시민들과의 소통을 굉장히 중요시했는데, 판화·벽화·사진같이 형식자체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우리 스스로 공부도 하고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교도소장은 그림으로 ‘장식’을 원했지만 내가 그러지 말고 교도소가 전부 벽으로 둘러쳐있으니 이것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주겠다 했더니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하더군요. 그래서 외국의 여러 벽화 사례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면서 설득을 했죠.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하니 소장이 받아들이고 30m쯤 되는 블록으로 쌓아진 벽을 내주더군요. 여기에 공주대 미술교육과 학생들과 재소자들 중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뽑아서 여름방학에 기간을 잡아서 그렸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꿈과 기도>입니다. 봄, 여름, 가을을 표현했는데 재소자가 꿈을 꾸고 누이동생이 밖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그런 것들로 구성되었죠. 벽이 거칠어 이 작품은 한 십 여 년쯤 갔습니다. 공공미술에서 소통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경우 그 공간(교도소)에 사는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와 설득을 바탕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작업이었습니다.

●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주민들과의 진정한 소통이 가장 어렵습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전문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고 이를 주민들이 수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주고받고, 조정하고, 수정하는 것이죠. 가장 자주 부딪치는 문제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전문가들이 원하는 방향이 다를 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사실 예술이라는 것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이 마을로 와서 이후 수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일차적인 요구입니다. 하지만 사실 벽화로 관광산업을 일으킨다 해도 그것이 얼마나 경제적인 효과를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벽화나 독특한 조형물 같은 볼거리가 생기면 소문으로 구경 오는 사람들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관광산업, 마을의 경제, 주민들의 삶의 질, 이 관계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관계가 허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민 과정에서 대화를 통한 소통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마다 성격과 요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좋은 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이 없기에 늘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 공공미술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만들어지는데 영향 받은 것이 있으신가요?나는 책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 중에서도 <녹색평론>이라고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가 만드는 책(격월간 잡지)을 말하고 싶군요. 이 잡지는 나로 하여금 세상을 생태근본주의적 시각으로 볼 수 있게끔 이끌어줬어요. 또 이 잡지에는 많은 책이 소개됩니다. 요즘 읽은 책중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 공동체주의라는 개념이 나와요. 작은 마을이든 더 큰 도시든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동선을 목표로 함께 삶을 나눌 수 있는 사회공동체가 살아있어야 정의로운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동체주의자인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람은, 과거의 전통으로부터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긴 이야기의 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생각과 경험은 말로 글로 꺼내져 나와야 이야기가 되니까요.또 하나, 야마자키 료가 쓴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책을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 사람은 조경설계가 전공으로, 책에서는 자신이 마을 주민들과 작업한 것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과 디자이너가 어떻게 소통하고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그 과정과, 지역-문화-역사를 디자인 안에 녹이는 새로운 방법론들이 드러나있습니다. 특히 마을 주민과 디자이너가 소통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소통이 잘 되니 좋은 공공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았죠. 이 책을 보고 이것이야말로 현재 실제로 잘 되고 있는 공공미술, 공공디자인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정선아(디자인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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