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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미술대학 입학식 개최

2023년 3월 2일 (목) 오후 2시반에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 1층 오디토리엄에서 2023년도 입학식이 개최되었다. 이번 2023학년도는 학부 106명, 대학원 60명으로 총 166명의 신입생이 입학하였다. 입학식은 학장 환영사, 학교 및 전임교수 소개, 동문 환영 인사, 신입생-교수 인사의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학장 인사말은 다음과 같다.

 

학장 인사말

존경하는 신입생 여러분,

저는 이 학교의 학장으로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미술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과 함께 꿈과 열정을 공유하는 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창의성과 예술적인 표현력을 향상시키는 여정을 시작할 것입니다.

잠깐 들어본 ‘학장 환영사’ 앞부분 어떠셨나요? 사실 이 환영사는 ChatGPT가 작성해 준 원고의 앞부분을 알파고의 바둑돌을 대신 놓아주었던 사람처럼 저도 단지 읽었을 뿐입니다. 제가 잠시 학장의 모습을 한 꼭↘두↗각↙시↖ 인형이 되었던 것이지요. ChatGPT가 작성해 준 많은 원고 초안의 문장을 제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최고’ ‘창작’ ‘명예’ ‘열정’ ‘전통’ ‘역사’ 등의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이러한 기술 혁신의 시대에 자아를 가진 인간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미술대학 신입생으로서 여러분의 오늘 첫날은 어떠셨나요? 제가 여러분들과 같았던 일학년 첫날 (1988년 3월 2일, 찾아보니 수요일이었습니다) 저는 새벽 4시에 도시락을 싸서 오전 수업 예습을 한다고 교재도 미리 구입해서 첫차를 타고 학교에 왔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아무도 없더군요. 어스름한 새벽 기운만이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생활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대학은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곳이라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왜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할까요? 남들이 다 알고, 복잡해 보이더라도 일정한 규칙이 있는 반복적인 일들은 이제 지능을 가진 기계가 하나씩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판례를 검색하고 정리하던, 그리고 전화상담을 해주던 많은 변호사들이 직장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모두가 안정적이라 믿고 있는 인기 있는 많은 전문 분야에서 유사한 일이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미술대학의 일원이 되시는 여러분들은 반복적인 뻔한 질서가 있는 일에서 벗어나는 생각과 표현, 실천을 하는 창작가로서의 길에 들어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감수성을 가진 창작 분야의 미래가 유망하다는 미래 학자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형식을 답습한다면 미술의 미래도 결코 밝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들보다 35년 학교를 일찍 들어온 사람으로 두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여러분 이름 앞의 ‘서울대학교 OOO’에서 서울대학교를 빨리 지우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이 학교에서 들어오기 위해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한 것 잘 알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길을 찾는데 서울대학교라는 수식어를 계속 두고 안주하는 것은 오히려 앞으로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남들보다 앞서는, ~면에서 뛰어난’ 이라는 수식어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있었고 남들보다 실패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모범적 학생이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식어는 기존의 질서에서 가능한 수식어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기존의 질서에 기반한 무엇은 지능을 가진 기계가 이미 더 잘하고 있습니다.

오늘 누구보다 이 자리가 기쁘실 존경하는 부모님, 가족 친지 친구 여러분. 기술이 변하고 청년 세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앞길을 가늠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와 같은 지금 시대에 여러분이 사랑하는 미술대학 신입생들이 실패를 하더라도 용기를 주시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꼭두각시가 아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창작을 즐길 수 있는 미술인으로서의 수식어를 하나씩 그려갈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 그리고 모든 세대가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 특별한 신입생이 계서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오늘 여러분들과 같이 저희 미술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신 네 분의 교수님 이십니다. 저도 처음 시작의 순간이 있었습니다만 시작할 때의 마음을 학생들과 나누고 미술대학의 미래를 같이 상상하고 만들어 가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의 모든 분들에게는 더 좋은 선택지가 많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배움과 창작의 열정의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저희 미술대학을 선택해 주셔서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희 미술대학도 여러분의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고민하여 안개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상황에서 안개를 하나씩 걷어내면서 다양한 길을 만들고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며 탐색해 나아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023년 3월 2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 정 의 철